붉은 낙과첩의 딸 따위 팔아치우면 그만일 잔혹한 아비의 거래 수단.
딱 그게, 자신의 몫이었다.
드미트리 트리탄의 전리품이 되어 평생 살아야 한다면, 도망칠 수밖에.
맥시밀리언은 고향을 떠나, 아비와 가족을 떠나 달아나야만 했다.
자신을 잡아 죽이라는 아비의 명령 앞에 목이 달아날 찰나,
그 사내가 나타났다.
자신을 데리러 온, 죽음의 사령.
내 아비를 죽이고, 내 고향을 불태운 남자.
그에게 끌려가 평생 욕정의 노예가 될 바엔, 자유를 찾아 도망칠 거다.
그런데......
이 잔혹하고 무정한 사내가 알 듯 모를 듯 이상한 소리를 내뱉는다.
가끔은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고,
날 뜨겁게 사랑하는 양 헛소리도 해 대고,
가만, 이게 사랑이라는 걸까?
***
“내숭까진 아니어도, 욕정은 숨겨야지.”
“그게 제 탓인가요?”
“뭐?”
“끌어당겨서 키스한 건 왕자님이에요.”
맥시밀리언은 눈동자를 치켜뜬 채 내숭이니 욕정이니 하는 말로, 억압하려는 드미트리를 질타했다.
“제게 왜 키스를 했죠?”
이유를 묻자 드미트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왜? 한 단어의 파장이 컸던 듯 침묵을 선택했다.
“그것만 생각하는 짐승이라서?”
“말조심해.”
“기분 나빴다면 그 또한 용서를 구할 일이죠. 하지만…….”
맥시밀리언은 일부러 말끝을 흐렸다. 잠시간이었지만 드미트리의 신경을 긁기에는 충분한 틈이었다. 흐음. 날숨을 내쉰 그가 혀로 어금니를 핥으며 뒷말을 기다렸다. 이럴 땐 꼭 존중받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지만, 그런 착각에 발목을 잡히고 싶지 않았다.
“저도 왕자님을 만지고 싶어요.”
맹랑한 요구에 드미트리의 눈썹이 일그러졌다가 높이 솟구쳤다. 짐짓 놀란 듯 보였으나 기대감마저 품은 눈빛은 도발을 즐기는 듯했다.
그러다…….
“흡!”
드미트리가 맥시밀리언의 손목을 비틀어 떼어내곤 그대로 아랫도리를 움켜쥐게 했다. 한 손으로는 다 잡지도 못할 만큼 부풀어 오른 것에 당황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마를 맞댄 그가 콧등을 찡그리며 더운 숨을 내뱉었다.
“그렇게 만지고 싶으면, 이것부터 잡아야지.”
맥시밀리언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를 쏟아낼 만큼 당황했다. 하지만 잠시, 과격해진 드미트리는 이 정도로는 성이 안 차는지 맥시밀리언의 손을 자신의 바지 안에 넣었다.
“……!”
맥시밀리언은 바지 속에 들어간 손을 빼려는 시도를 하다가 손목을 조이는 힘에 그만 헛수고가 될 게 뻔한 저항을 포기했다. 그때에서야 그녀에 대한 존중과 예의 따위는 바랄 수 없는 야만인이 얄미울 정도로 숨이 차오른 목소리로 속삭였다.
“만져 보고 싶다며.”
“이건 너무…… 노골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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